소심한 유부남의 이혼할 결심

오늘도 설겆이를 합니다. 아이들 밥상을 챙기며 애들 숟가락이라도 놓으라는 아내의 말에 묵묵히 숟가락을 놓고 소파에 앉아 몸을 기댑니다. 귀 한편에서 아내의 한탄소리와 저를 욕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들리는 것 같습니다. 아내의 서슬 퍼런 눈빛을 마주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입니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요?

오늘도 저의 밥은 없습니다. 아이들이 밥을 다 먹고 아내가 저녁에 일을 하러 나간 후에야 밥상에 앉아 컵라면을 끓여 먹습니다. 아이들이 먹다 남은 반찬이 조금 있어 같이 먹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도 제가 버리러 가야 하기에 조금이라도 줄이면 좋습니다.

저는 소심한 남자입니다. 아내의 남자답지 못하다는 말 한마디에도 상처를 받는 사람입니다. 조금만 더 부드럽게 이야기해주면 좋을걸 소심하다 삐졌다는 말 말고 조금 더 사람을 응원하는 그런 말은 없는건가? 가족이라도 함부로 이야기할 권리가 있는건 아닌데.

아이들이 하지말라고 몇번이고 경고한 행동을 반복하다가 혼이 납니다. 처음에는 화를 꾹꾹 누르고 점잖게 말을 하지만 저희 말 속에는 ‘어디 한번 걸려봐라 정말 눈물 쏙 빼 놓을 정도로 혼내줘야겠다.’라는 의지를 담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아이가 제 말을 결국에는 안들을 것을 알기 때문에 제가 화를 낼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저는 아이에게 화를 내기 위해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빌드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화를 냅니다. 그러다가 깨닫습니다. 내가 하는 말과 아내가 내게 하는 말과 뭐가 다른거지? 내가 아내에게 원망을 할 자격이 있는건가? 아이들도 나를 보며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건 아닐까? 그럼 아이들도 결국에는 다른 사람에게 똑같이 하게 되려나? 죄책감이 나를 뒤덮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부모될 자격조차 부족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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