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글에서는 150만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 7만마일리지 아시아나 마일리지 항공권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슬픈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글 말미에는 저와 같은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 마일리지 항공권을 구매하시는 분들은 꼭 알아야 할 내용에 대해서도 정리해 놓았으니 꼭 끝까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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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전 대학원을 다니던 때, 학교 선배가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구매해서 미국에 다녀오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직접 항공사 지점으로 찾아가 마일리지 항공권을 구매해야 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같이 동행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카드마다 이곳저곳 소소하게 할인해주는 혜택은 체감도 어려울 뿐더러 결국에는 사용하고 남는 것이 없다. 그러나 카드 실적으로 항공사 마일리지로 쌓으면 한번에 큰 혜택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 이야기에 공감하여 2011년도 저는 우리카드 아시아나 마일리지 카드를 개설하게 됩니다. 매년 2만5천원의 연회비를 내고 카드사용에 대한 혜택은 모조리 포기하고 오로지 항공사 마일리지로 소위 몰빵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2024년 12월 말 시점에서 제가 쌓은 총 마일리지는 총 29만 마일리지가 조금 안되는 포인트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 중 7만 마일리지를 버린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위에 그림에서 보면 7만 마일리지를 사용했다고 나와있지만 해당 마일리지로 구매한 표는 저에게 아무짝에 쓸모없는 표가 되어 버렸기에 제 입장에서는 그냥 7만 마일리지를 버린 셈이 되버렸습니다.
* 참고로 7만 마일리지는 미주, 호주, 유럽 등을 왕복할 수 있는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는 마일리지로 그 가치는 수백만원에 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멸마일리지에 대해 안내를 받다
일단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24년도 12월 31일까지 저의 상황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의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은 10년입니다. 그리고 저희 가족은 총 5명입니다. 마일리지는 모아 저가항공사를 통해서는 가기 힘든 미국이나 호주 등의 장거리 여행을 계획했었기 때문에 개인당 최소 7만 마일리지가 필요했고 목표는 최소 35만 마일리지였습니다. 허나 지금까지 모은 마일리지는 28만이 조금 넘은 포인트였기 때문에 가족 중 4명의 표를 마일리지로 구매하고 나머지 한명은 직접 표를 구매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상황이 급박해진 이유중에 하나는 코로나 기간동안 유예되었던 마일리지의 사용기한이 몰려 코앞으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위 그림은 제가 메일로 수신한 마일리지 유효기간 안내 메일입니다. 마일리지가 소멸될 때가 되었다는 것은 인지는 하고 있었으나 그 액수가 7만 마일리지라는 걸 확인한 순간 마음이 급박해져 표를 계속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구매해보신분은 이미 알고계시겠지만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구매하는 건 진짜진짜 어렵고 짜증나고 험난한 길입니다. 항공권은 비행 스케쥴의 360일 전 오전 9시에 예약 서버가 오픈되는데 과거 학창시절 수강신청보다 더한 경쟁을 뚫고 예매를 해야 합니다. 말 그대로 10초컷이죠. 일주일 뒤 내 스케쥴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1년뒤의 표를 미리 구매해야 한다는 건 MBTI P에겐 너무나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표가 나오는 족족 바로바로 예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인기 노선의 왕복항공권을 끊는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많이들 사용하는 방법이 편도로 표를 예매하는 것입니다. 편도로 예매한다고 해서 마일리지를 더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편도로 표를 구매할 경우 세금을 더 많이 지불하게 됩니다. 동남아시아와 같은 가까운 노선의 경우 그 차이가 크지 않지만, 미주와 같이 장거리 노선의 경우 그 금액 차이가 수십만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위에 말씀드리는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은 표를 가까스로 구매하고 난 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알아낸 것이고 저는 위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날짜만 하루이틀 보내고 있었습니다.
부족한 마일리지 소모 방법
뉴스에서도 몇차례 보도되기도 했던 내용입니다. 아시아나항공사 홈페이지에서 마일리지를 소모할 방법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뉴스기사는 이미 넘쳐납니다.
마일리지로 일반 물건들을 구매할 수 있는 마일리지몰이 있지만, 물건도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가격도 비싸고 중요한 건 살 수 있는 물건이 없다는 것입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구매하려고 해도 죄다 품절이니 구매할 수가 없습니다. 당사에서는 물량확보에 힘을 쓴다고 하지만 말이 안되는 것이 정당한 대가를 주고 구매를 하겠다는 것이고 희귀한 물건을 사는것도 아닌데 물량을 노력해서 확보해야 할만한 사안인가 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냥 형식만 갖추고 마일리지 사용을 못하도록 막으려는 의도가 다분히 보이는 행태입니다.
그리고 가장 짜증나는 것은 마일리지 쇼핑몰에 들어가려면 한번 더 로그인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로그인 시 물어보는 정보는 아시아나 항공사 로그인 시 물어보는 정보와 전혀 다른 정보라서 별도로 기억하지 않으면 로그인이 어렵습니다. 이렇게 들어가기도 어렵고 물건도 없는 상황에서 마일리지 사용을 일부러 의도적으로 막고있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네요.
1년전 예매를 한다고 가정하고 표를 가상으로 구매진행해 보았습니다. 1년후인 25년 12월 중순 비수기에 미국 뉴욕 왕복권의 가격은 최소 항공권으로 구매한다고 했을 때 160만원정도입니다. 이게 마일리지로 하면 7만 마일리지이니, 1마일리지당 가격을 살펴보면 약 23원정도로 환산할 수 있습니다.
그럼 현재 마일리지몰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가격을 살펴보겠습니다. 가격비교가 가장 쉬운 가전제품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마일리지몰에서 현재 판매중인 스피커입니다.
가격은 7500마일리지입니다. 아까 계산한 금액으로 환산해보면 172,500원입니다. 무려 17만원입니다.
그럼 해당 모델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습니다.
가격 편차가 있긴 하지만 보수적으로 잡아도 6만원정도네요. 세 배나 가까운 금액으로 구매를 하는 꼴입니다. 제가 유독 편차가 큰 사례를 고른게 아닐까 싶어 다른 상품도 비교해 보았습니다.
저에게는 생소한 바나프레소라는 커피숍의 부리또 + 아메리카노 세트메뉴입니다. 1000마일이니 2만 3천원정도의 가치로 환산이 가능합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홈플러스에서 같은 조합의 제품을 팔고 있었습니다. (왜 홈플러스에서 살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건 네배 가까이 차이가 나네요. 여튼 항공권을 구매하지 않고 그 금액으로 마일리지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건 정말 많이많이많이 양보한 게 아닐 수 없습니다.
부족한 상담원 대처
마일리지 사용에 대한 조언을 듣기위해 아시아나 고객센터로 여러번 전화를 시도했습니다. 힘들었던점은 전화 한번을 하기 위해서 대기를 평균 20분씩이나 기다려야 했다는 것입니다. 긴 대기시간을 견디고 어렵게 통화가 연결되어 마일리지 사용에 도움을 달라고 이야기를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어쩔 수 없다, 모두가 다 동일한 상황이다, 잘 찾아보고 예매해 보셔라 식의 대답 밖에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들은 조언은 12월 31일 마지막 날에 아무 노선이나 예매를 미리 하신 다음에 나중에 환급 수수료를 내고 바꾸는 방법에 대해서 추천해 주었습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표를 예매하고 재발행 수수료를 지불하고 바꾸라니. 재발행 수수료도 30달러나 되어 녹록치 않은 금액이었습니다. 그리고 상담원이 12월 31일, 마지막날에 예매를 하라고 한 이유가 구매한 표의 유효기간이 1년이니 마지막에 예매하는 것이 좋다는 대답이었습니다. 홈페이지 그 어디에도 발행한 항공권의 유효기간이 1년이라는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는데 전화통화가 아니었으면 또 다른 낭패를 당할 뻔 하였습니다.
그렇다고 7만마일리지에 해당하는 금액을 허공에 버릴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자리가 남는 왕복표로 7만 마일리지를 사용하여 예약을 하였습니다. 동남아도 인기가 많아서 모두 예매가 안되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베트남 호치민만이 예약 자리가 몇자리 남아 표를 구매하였습니다.
표에 대한 수수료 정책에 대한 안내는 예매 전 팝업으로 뜨는 위 내용이 전부입니다.
재발행할 수 없는 표
상담원이 추천해 준 방법으로 미리 표를 구매하고 자리가 날 때 재발행하는 방법으로 접근하려고 하였으나 표 구매 후 3번에 걸친 다른 상담원들과의 전화통화를 통해서 제가 발행한 표는 재발행이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대기는 편도항공권으로 결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온라인을 통한 마일리지 항공권 구매 대기는 어렵지만 유선상으로는 대기를 걸어놓을 수 있습니다. 예를들면 현재는 표가 없지만 앞으로 있을 취소표를 기다리는 대기를 지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습니다.(대기 시스템도 왜 유선으로만 가능한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방콕으로 12월 20일부터 12월 26일 일정으로 대기를 지정하여 표를 기다리는 형식입니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된 사실은 왕복항공권으로 대기를 걸어놓은 경우 동일한 해당 날짜로(예를들면 12월 20일부터 26일까지) 왕복항공권을 구매한 다른 사람이 취소하지 않는 이상 가는 항공권 따로, 그리고 오는 항공권 또 따로 편도로 구매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가능성이 크다고 표현했지만 편도로 예매를 하게 된다고 봐야됩니다.
왕복항공권은 편도항공권으로 재발행이 안됩니다
왜 안되냐고 물어봤지만 그냥 그렇답니다. 그렇다고 해당 내용이 어디 적혀있지도 않습니다. 물론 어딘가에 정관으로 적어놓았겠지만 누가 예매를 하면 다 읽어보고 예매하겠습니까. 예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해당 내용에 대한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저는 인천-호찌민 구간을 왕복항공권으로 구매를 했고 만약 대기를 걸어놓은 방콕 구간의 항공권이 편도로 나올 경우 호찌민 왕복항공권을 방콕 편도항공권으로 재발행할 수 없다는 것이 항공사 측 최종답변이었습니다.
그러니 저는 가능성이 정말 희박한 상황(제가 설정한 날짜와 동일한 날짜의 왕복항공권 취소표)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재발행은 할 수 없습니다. 취소하고 다시 구매하고자 해도 취소하는 즉시 유효기간 만료 마일리지로 소멸되어버리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진짜 몇시간에 걸친 상담원과의 전화통화와 수차례에 걸친 예매, 대기 과정을 통해서 저에게 남은 것은 맘에도 없고 바꿀수도 없는 호찌민 왕복항공권 뿐이었습니다. 물론 좋게 생각하고 갈 수도 있겠으나 높은 확률로 안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리해보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저와 같은 피해 사례가 정말 많을 겁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대기업의 횡포 아래 제 블로그에 주저리 주저리 한탄만 할 뿐입니다. 그래도 저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마일리지 항공권을 구매하실 때 꼭 염두해 두셔야 할 사항 몇가지를 정리해 봅니다.
마일리지 항공권의 유효기간은 1년입니다
항공권 예매가 풀리는 시점이 361일 전입니다. 그러니 치열한 경쟁을 뚫고 열리자마자 표를 구매하셨다면 재발행으로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 여유기간이 뒤로 약 5일밖에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 뒤의 일정은 표 구매 후 1년이 지나는 시점이기 때문에 교환이 불가능합니다.
왕복항공권은 편도항공권과 호환되지 않습니다
왕복항공권으로 표를 구매했다면 편도항공권으로는 재발행이 안된다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지난 왕복항공권이 있다면 취소도 불가능하고 편도항공권으로 재발행도 불가능해 운신의 폭이 확 줄어듭니다.
마일리지 항공권은 361일 전 오전 9시에 예매가 시작됩니다
개미처럼 마일리지를 모아서 항공권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은 많은 수가 직장인일텐데 왜 업무가 시작되는 오전 9시에 예매를 시작하는 그런 배려없는 시스템을 구현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자기들이 업무를 9시에 시작하니 별 생각없이 그렇게 시스템을 만들었을텐데 조금 배려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위 세가지 내용만 잘 기억하고 있어도 마일리지 항공권을 구매하면서 호구가 되는 불상사는 크게 줄어들거라고 믿습니다. 저는 10년이상 사용하였던 아시아나 마일리지 카드를 내일 해지하러 갑니다. 남은 20만 마일리지는 또 어떻게 쓸지 많이 걱정이 됩니다. 대한항공과 합병이 되어 대한항공 마일리지도 전환이 되면 조금 상황이 나아지려나 기대도 되지만 전환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패널티도 걱정이 되네요. 여러분은 꼭 마일리지 항공권 구매 성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