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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이 신규 개업을 앞지르다
공인중개사 시장에 이상 신호가 켜졌습니다. 2025년 8월 기준으로 신규 개업한 공인중개사는 584명에 불과한 반면, 폐업한 중개사는 824명, 휴업한 중개사는 85명이었습니다.
2015년부터 통계를 집계한 이래 월간 신규 개업 숫자가 600명 아래로 내려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2023년 2월부터 2년 7개월 동안 폐·휴업 공인중개사가 신규 개업 공인중개사보다 많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자격증 보유자와 실제 영업자의 격차
더욱 놀라운 사실은 자격증 보유자와 실제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의 극심한 차이입니다.
국내 공인중개사 자격증 보유자는 약 55만 명에 달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사무실을 운영하며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는 9월 말 기준 11만 445명입니다.
이를 계산하면 5명 중 1명만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나머지 80%의 자격증 보유자들은 비영업 상태이거나 휴업 중입니다.
부동산 시장 침체의 신호
이러한 폐업 현상의 근본 원인은 명확합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입니다.
2022년 하반기 이후 집값이 하락하고 거래량이 급감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개 업황도 함께 침체되고 있습니다.
- 거래량 감소: 부동산 매매와 임대차 계약이 줄어들면서 중개사무소의 수익성이 악화됨
- 이사 시즌 영향: 여름철에는 날씨와 휴가 등으로 인해 이사가 적어 계약이 감소
- 경기 침체: 경제 전반의 불황으로 인한 부동산 거래 위축
올해 1월 11만 1,794명이던 영업 공인중개사가 8월에는 1,349명 감소했습니다. 이는 월평균 약 225명씩 감소했다는 뜻입니다.
중개 업계의 구조적 문제
전문가들은 이 문제의 원인을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구조적 문제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한때 ‘국민자격증’으로 불리며 재취업 수단으로 각광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자격증이 배출되었습니다.
협회장은 “공인중개사 자격증 수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적절한 인원이 배출돼야 공인중개사의 질이 향상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의 상황은 시장 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공급과 지속되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맞닿으면서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공인중개사 폐업 현상은 단순히 개별 업체의 경영 악화를 넘어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거래의 위축, 과잉 배출된 자격증, 시장 수요의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업계 재편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