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형 약국이 촉발한 법적 분쟁, 한국 의료 제도의 분기점이 될까?
최근 경기도 성남에 등장한 국내 첫 창고형 약국이 의료계를 뜨겁게 달우고 있습니다. 마트처럼 카트를 끌고 약을 고르는 이 새로운 형태의 약국은 소비자들에게는 저렴하고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지만, 약사회와 정부 부처 사이에서 법적·제도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창고형 약국을 둘러싼 복잡한 법적 쟁점과 제도적 과제들을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창고형 약국이란 무엇인가?
새로운 약국 모델의 등장
창고형 약국은 기존의 약국 개념을 완전히 뒤바꾼 새로운 운영 방식입니다. 약 430㎡(약 130평) 규모의 넓은 공간에 2,500여 개의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진열해두고,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쇼핑하듯 자유롭게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고객들은 카트나 장바구니를 들고 돌아다니며 필요한 상품을 담은 후, 계산대에서 약사로부터 복약지도를 받는 구조입니다.
기존 약국과의 근본적인 차이
전통적인 약국에서는 고객이 증상을 설명하면 약사가 카운터 뒤에서 적절한 약을 선택해주고 복약지도를 제공합니다. 이 과정에서 약사는 고객의 건강 상태, 복용 중인 다른 약물, 알레르기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전문적인 조언을 합니다.
반면 창고형 약국은 이러한 상담 과정을 대폭 축소합니다. 고객이 스스로 약을 선택하고, 약사는 최종 결제 시점에 복약지도만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약사의 역할을 상품 판매자 수준으로 축소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가격 경쟁력의 원천
창고형 약국이 기존 약국 대비 최대 2,500원까지 저렴한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대량 매입을 통한 원가 절감, 제조사와의 직거래, 중간 유통 마진 제거 등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가격 경쟁력은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이지만, 기존 약국들의 경영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현행 약사법상의 법적 지위
법적으로 허용되는가?
흥미롭게도 창고형 약국은 현행 약사법상 명백히 위반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 관계자들도 법적으로 적법하게 개설된 약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약사법은 약국의 운영 방식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약국 운영이 법을 직접적으로 위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법의 공백 문제
이것이 바로 현재 논쟁의 핵심입니다. 약사법이 제정될 당시에는 창고형 약국 같은 새로운 운영 방식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법에는 약국이 어떤 형태로 운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