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애드 아스트라라는 영화를 다시 보았습니다. 전에 영화관에서 개봉 당시에 보았던 영화인데 디즈니에서 볼 수 있어서 다시 한번 보게 되었습니다. 요즈음 괜찮은 우주영화가 없는데 SF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볼 만한 작품이여서 소개드립니다.
To The Star(별을 향하여) 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애드 아스트라’는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프로젝트인 ‘리마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25년전 지구를 떠났던 아버지가 해왕성 근처에서 아직도 살아계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구를 살리기 위한 비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아버지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예고편에서 보는 달 표면에서의 추격신이나 다양한 폭발장면을 보시고 흥미진진한 SF 영화를 기대하시는 분들도 분명 계실텐데요. 애드 아스트라는 기존의 흥미 위주의 액션이 가미된 SF와는 다르게 어쩌면 조금 더 철학적인 내용이 담겨 있는 영화입니다. 보다 현실적인 고증을 담기 위해서 노력한 흔적들도 곳곳에서 보입니다. 이 영화를 보려고 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인상깊었던 장면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내용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인간은 별을 파괴하는 존재인가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간에는 인류는 이미 달과 화성에 정착해 살고 있습니다. 달은 제 2의 지구처럼 보다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곳이 되었고 실제로 영화에서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듯 우주선 내에 스튜어디스가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달에 도착하는 과정은 어느 SF 영화와 크게 다를바가 없지만 달 내부의 기지를 들어가서는 여기가 달이 아니라 지구의 어느 평범한 여객 터미널이라는 느낌을 줄만큼 이질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달 기지는 통로마다 온갖 잡다한 전자기기들이 가득하고 충성심과 동기로 가득찬 사람들이 가득찬 연구시설로 생각하지만 이미 인류가 정착한 달은 그저 지구의 일부가 되었을 뿐입니다.
극 중 로이의 아버지는 ‘we are dying breed’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인류는 점점 쇠퇴해가는 지구를 대신하여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기 위해서 달로, 화성으로 자꾸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만 막상 도착해서 개척하게 되면 또 다시 지구와 같이 죽어가는 행성을 만드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우주에서 홀로 남겨진 시간
애드 아스트라에서는 지구에서 달을 거쳐 화성에 도착한 뒤 해왕성까지는 홀로 우주선을 타고 이동을 합니다. 약 70여일정도 되는 시간동안 주인공 로이는 혼자 남겨진 채 생활을 하게 되는데 시간이 갈수록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고 중간에는 환영이 보이는 경험까지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홀로 되뇌이는 말은 ‘I’m alone’.
냉철하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만 살아가는 등장인물로 그려지는 로이가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인생에서 놓치고 말았던 것들에 대해서 후회하고 자신의 내면의 감정과 조우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흥미진진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밀폐된 우주선 안, 그 안에서 시간개념을 잊어버린 채 홀로 끊임없이 유영하는 로이의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 역시도 홀로 갇혀진 듯한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아버지의 숙명
아버지와 조우한 뒤 지구로의 귀환을 설득하는 로이에게 아버지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I have infinite work to do. 우주에 남겨진 수십년의 시간동안 홀로 끊이없지 외계 생명체를 찾기위한 연구를 하였지만 아직도 부족하며 더욱 계속 해야한다는 말만 되뇌이는 아버지에게 이제 더 이상 지구는 집이 아니고 자신의 삶이 목적인 존재하지 않는 땅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버지가 참여한 Lima Project는 지구로 귀환하지 않는 One Way Mission이었습니다. 이미 지구를 떠난 그 순간 다시 돌아가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지구를 떠나 작은 우주선에서 99.9%가 비어있는 우주를 떠 다닌다고 생각한다면 사람은 과연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우주 미션은 보기에는 낭만적이고 가슴뛰는 일이지만 아마도 무한한 우주가 대부분 비어있는 것처럼 우주에서의 미션도 허무와 외로움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우주인은 그와 평생을 싸워야 하는 것이죠. 가장 기본적인 숨쉬는 것과 먹는 것조차 안전하지 않은 곳에서 살아간다는게 얼마나 큰 고통이 될 수 있는지 영화를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애드 아스트라는 영화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아닙니다. 브래드 비트가 주연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관심을 받은 영화였죠. 하지만 항상 최전선에서 새로운 것을 탐구하기 위해서 오늘도 하루하루 고독함과 외로움을 이겨가며 살아가는 과학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기존의 마블 영화를 통해서 우주를 구경하셨던 분들이라면 이 애드 아스트라를 통해서 우주탐사의 간접경험을 해 보시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현재 애드 아스트라는 디즈니를 통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